
[한국프라임저널 권경희칼럼니스트] “그 정도 일로 왜 그래?”
힘들다고 꺼낸 말 앞에서 이런 대답을 들으면, 사람은 더 이상 자기 마음을 말하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말을 들으면,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대개 상대를 돕고 싶어서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이 위로보다 상처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관계를 살리는 것은 대단한 해결책이 아니라, 먼저 마음을 알아주는 태도일 때가 많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 장면을 자주 만납니다. 아이가 시험을 망치고 풀이 죽어 들어왔을 때, 부모는 불안한 마음에 “그래서 평소에 열심히 했어야지”라고 말합니다. 남편이나 아내가 직장에서 지친 얼굴로 돌아왔을 때도 “다 그런 거야.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며 넘기기 쉽습니다. 겉으로는 충고이고 조언이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에는 “내 마음은 이해받지 못했구나”라는 외로움이 남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입니다. 사람은 혼나서 변하기보다, 이해받을 때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교육 현장과 다양한 관계 속에서 그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사람들은 보통 빨리 해결해 주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원인 분석을 하고, 방법을 제시하고, 맞는 말을 해줍니다. 그러나 마음이 지쳐 있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공감입니다. “속상했겠구나.”, “많이 부담됐겠다.” “그 상황에서 참 애썼구나.” 이런 말은 문제를 즉시 없애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혼자라고 느끼던 사람에게 다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힘을 줍니다.
공감은 상대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시 설 수 있게 하는 가장 따뜻한 힘입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사람은 비로소 방어를 내려놓고 자기 안의 답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평가와 충고가 먼저 오면 마음은 닫히고, 관계는 점점 멀어집니다. 그래서 관계의 깊이는 얼마나 옳은 말을 하느냐보다, 얼마나 마음을 먼저 만져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가족끼리 나누는 짧은 대화, 친구에게 건네는 한마디, 강의실에서 수강생에게 전하는 반응, 그 작은 순간들이 관계의 온도를 만듭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이 이해된다”라는 위로이지 아닐까요? 말 한마디가 사람을 움츠리게도 하고 다시 살아나게도 합니다. 오늘, 내가 건네는 말은 어떤 온도를 지니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볼 일입니다.
[성찰을 위한 코칭 질문]
당신은 가까운 사람의 힘든 마음 앞에서 해결하려 했나요?, 먼저 공감했나요?
칼럼니스트 프로필

권경희 칼럼니스트는 34년간 초등교육 현장에서 학생·학부모·교사를 만나며 교육과 성장의 가치를 실천해 온 교육자이며, 현재는 코치·강사·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퇴직 이후에는 삶의 전환기와 내면의 성장을 돕는 코칭을 바탕으로 교육, 강의, 집필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오랜 교육 경험과 깊이 있는 성찰을 토대로 공감과 변화 중심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강의 분야는 코칭, 코칭 대화, 관계와 소통, 자기 이해와 자기 성장, 독서와 글쓰기, 시 쓰기, 인생 2막 설계, 중장년 삶의 전환과 회복, 교사 및 강사 대상 코칭,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버츄 프로젝트 강의 등이다. 저서로는 『코칭 이펙트』, 『가치와 성장, 나는 강사다』, 시집 『눈물이라는 선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