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라임저널 김순복칼럼니스트] "안녕하세요, ○○건설 김 부장입니다."
우리는 수십 년간 이 한 문장으로 자신을 증명해 왔습니다. 손바닥만 한 종이 명함은 곧 나의 권력이고, 책임이며, 자부심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명함이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누군가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회사 이름과 직함을 빼고도 1분 넘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명함이라는 두꺼운 가면
중장년의 위기는 경제적인 어려움보다 '정체성의 혼란'에서 먼저 찾아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누구의 부모', '어느 회사의 간부'라는 역할극에 몰입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가면 뒤에 있는 진짜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잊어버린 것이죠. 조직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많은 이들이 갑자기 세상에 홀로 던져진 듯한 지독한 고립감을 느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제 '직함'이 아닌 '동사'로 나를 정의하세요
인생 후반전의 설계는 명함 속의 '명사'를 지우고, 내 삶의 '동사'를 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부장이다"가 아니라 "나는 가르칠 때 즐겁다", "나는 새로운 곳을 탐험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는 복잡한 것을 정리하는 걸 잘한다"처럼 말이죠.
내가 무엇을 잘하고(강점),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며(흥미), 어떤 순간에 가슴이 뛰는지(가치)를 다시 써 내려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은퇴 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자아의 뿌리'가 됩니다.
왜 지금 이 작업이 절실할까요?
그저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나를 모른 채 시작하는 인생 2막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습니다. 남들이 좋다는 자격증을 따고, 유행하는 사업에 뛰어들어도 금방 지치게 마련이죠. 하지만 내 정체성이 명확하면 선택의 기준이 생깁니다. 나다운 일을 선택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나이 들어가는 즐거움을 깨닫게 됩니다.
"배부른 소리 아닌가요? 당장 돈이 급한데..."
물론 당장의 생계와 현실적인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나를 찾는 건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유희 아니냐"라고 되물을 수도 있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실이 팍팍할수록 나를 찾는 과정은 더욱 절실합니다. 자아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뛰어든 일은 작은 시련에도 쉽게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나를 아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인생 투자'입니다.
당신이라는 브랜드의 시작
독자 여러분, 오늘 퇴근길에 혹은 잠들기 전, 빈 종이에 딱 세 가지만 적어보세요.
1.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 2. 돈을 안 줘도 하고 싶은 일, 3. 남들이 말하는 나의 장점. 이 사소한 기록들이 모여 당신의 새로운 명함이 될 것입니다. 명함은 사라져도 당신이라는 존재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야 비로소 '진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한국프라임저널이 당신의 그 당당한 홀로서기를 응원합니다.
[오늘의 인생설계 질문]
“만약 내일 당장 회사 명함을 쓸 수 없게 된다면, 당신을 소개할 수 있는 세 가지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순복 칼럼니스트는 『강의 트렌드 2026』 중장년 강사 부문 집필자다. 삼성에서 사무행정 업무를 시작으로 경기도 교육청 교육행정 공무원까지 주로 문서를 다루며 실무 경력을 쌓아온 공문서 작성 전문가이기도 하다. 상담학 박사와 경영학을 전공해 대학에서 10년간 강의를 진행했다. 법인 한국강사교육진흥원을 운영하며 강사 전문 서적을 출간하는 출판사를 운영한다. 현재 가천대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가천대 명강사 최고위과정과 신중년 나도 강사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의 분야는 공문서와 보고서 작성 실무, 강의 계획서와 제안서 작성법, AI 활용 업무 효율화, 보도자료 작성법, PPT 디자인, 강의 교안 기획, 성공하는 강의 운영 전략, 교수법, 유쾌한 공감 학습 강의 스킬, 강의 코칭 등 강사 양성과정과 에고그램 진단 활용 인생설계 및 스트레스 관리 등이다.
저서로는 『벼랑 끝 활주로』, 『집중력 혁명』, 『100억짜리 강의력』, 『5년 후 내가 나에게』, 『오늘도 그대 따라 웃습니다』, 『그대가 생각나는 시간』, 『가만히 있어도 끌리는 사람』등 20여 권이 있다. 반드시 알아야 할 올바른 공문서와 보고서 작성 방법을 많은 사람과 나누는 즐거움에서 [김순복의 올바른 공문서 작성법]이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