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장년 ‘AI 강사’ 시장이 열렸다, 그 문을 여는 열쇠는 기술이 아니다

[한국프라임저널 김순복 칼럼니스트] 얼마 전 한 디지털 교육 현장에 참관을 갔다. 젊고 유능한 강사가 어르신들께 생성형 AI를 또박또박 설명하는데, 교실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화면 하나 넘길 때마다 어르신들의 어깨가 조금씩 움츠러들었다. 한 분은 “못 따라가서 미안하다”라며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설명은 틀린 데가 없었는데, 교실의 공기는 점점 얼어붙었다.
분위기를 바꾼 건 쉬는 시간이었다. 같은 또래로 보이는 60대 보조강사가 지나가며 툭 던진 한마디. “나도 이거 처음엔 세 번 틀렸어요. 그래도 멀쩡히 살아 있잖아요.” 교실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 순간 나는 ‘동년배가 가르치는 AI’라는 말을 눈으로 확인했다.
지금 이 시장은 빠르게 열리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을 대상으로 AI 전문 강사 양성 과정을 정규반과 속성반으로 돌리고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디지털배움터 거점센터는 전국 69곳으로 늘었다. 전남대를 비롯한 지역 사업단은 아예 ‘중·장년 공감형 AI 강사’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길러낸다. 배울 사람은 넘치는데 ‘그들의 겁’을 아는 강사가 모자란다. 이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강의장에서 만나는 동년배 강사들은 대개 손사래부터 친다. “AI는 젊은 사람들 몫이지, 우리가 어떻게.” 솔직히 나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다. 기술을 빨리 익히는 사람이 이 판을 가져갈 거라고.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다. 이 시장의 주인공은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의 두려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코딩을 못해도 괜찮다. 겁먹은 사람을 끝까지 데려가는 설명과 공감, 그게 중장년 AI 수업의 진짜 실력이다.
그래서 나는 AI를 ‘기능’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실패해도 되는 경험’으로 가르친다. 첫 수업의 목표는 멋진 결과물이 아니라, 수강생이 오타투성이로라도 질문 하나를 직접 쳐 넣고 “어, 됐네?” 하고 웃는 그 한 번이다. 그 첫 성공을 맛본 분은 다음 주에 반드시 다시 온다. 화면 조작을 가르친 날보다, ‘나도 할 수 있다’를 심어 준 날의 출석률이 늘 더 높았다.
그러니 AI가 내 강의를 빼앗아 간다고 겁내지 말자. AI를 두려워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지금 당신 같은 강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새 일감을 만들고 있다. 나는 올가을, 내 ‘AI 실패담’부터 다시 정리해 수업 첫 장에 넣어 둘 생각이다. 가장 잘하는 척이 아니라, 가장 많이 틀려 본 사람의 얼굴로 그들 앞에 서기 위해서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순복 칼럼니스트는 20년간 강단에 선 베테랑 강사이자 '강사를 가르치는 강사'. 1,500여 명 강사 회원의 리더로 활동하며, 중장년의 인생 후반 설계를 주제로 강의와 집필을 이어오고 있다. 강의 분야는 공문서와 보고서 작성 실무, 강의 계획서와 제안서 작성법, AI 활용 업무 효율화, 보도자료 작성법, PPT 디자인, 강의 교안 기획, 성공하는 강의 운영 전략 등 강사 양성 전반과 중장년 인생 설계다. 저서로는 『벼랑 끝 활주로』, 『집중력 혁명』, 『강의 트렌드 2026』등 20여 권이 있다. 한국강사신문에서 [김순복의 올바른 공문서 작성법], 한국프라임저널에서 [김순복의 중장년 인생 설계]와 [김순복의 에고그램 마인드 솔루션] 칼럼을 연재 중이다.
김순복 기자 ksb02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