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1주택과 실거주 1주택, 세금의 길이 갈리기 시작했다

[한국프라임저널 김상기 칼럼니스트] 지난달 중개사무소 문을 열고 일흔 넘은 손님 한 분이 들어오셨다. 공시가격 13억짜리 아파트 고지서를 손에 꼭 쥔 채였다. "김 소장, 나는 평생 이 집 한 채뿐인데 세금이 왜 안 줄어드나." 집을 내놓으러 오신 줄 알았더니 하소연부터 하셨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분은 몇 해 전부터 지방 요양 때문에 자녀 집에 계셨고, 정작 당신 명의의 그 집은 비워둔 지 오래였다. "보유만 하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았지." 그 한마디에 사무소가 잠시 조용해졌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얼마 전까지 손님들에게 "1주택이면 어차피 실거주니까 종부세는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지난 세제개편 과정을 밤새 뜯어보고 나서 그 말을 접었다. 이제 기준이 '한 채냐'에서 '지금 그 집에 실제로 사느냐'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지는 핵심은 이렇다.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가 그동안은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12억원이었다. 정부는 여기에 '실거주 우대'라는 방향을 세우고, 실거주 1주택 공제를 14억원으로 높였다. 같은 한 채라도 그 집에 살면 시가 약 20억원까지 종부세를 비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애초 정부는 비거주 1주택의 공제를 9억원으로 낮추려 했다. 처음 기사들이 "비워두면 공제가 9억으로 반 토막"이라고 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비거주자의 세금이 단기간에 급증하고 전월세 매물까지 줄어든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발표 한 달 만에 이 방안을 거둬들였다. 비거주 1주택 공제는 결국 현행 12억원으로 유지됐다. 세부담 상한을 200%로 올리려던 계획도 철회되어 현행 150%가 그대로 남았고,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자 공제는 각 6억원으로 조정됐다(실거주 공동명의는 현행 각 9억원 유지).
그렇다면 "다시 원래대로니 안심해도 되느냐"고 묻는 분이 계실 것이다. 아니다. 숫자 하나가 되돌아갔을 뿐, 큰 물줄기는 그대로다. 실거주 14억원과 비거주 12억원이라는 혜택의 격차는 분명히 생겼고, 무엇보다 세액공제의 축이 '보유기간'에서 '거주기간'으로 넘어간다. 오래 가지고 있으면 깎아주던 방식이 저물고, 거주한 만큼 깎아주는 방식으로 바뀐다. 여기에 공제 한도까지 생겨 2027년 800만원, 2028년부터는 600만원까지만 적용된다. 집을 아무리 오래 가졌어도 거주하지 않았다면 그 공제가 줄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중개 현장에서 내가 가장 자주 바로잡는 오해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년, 30년을 가지고 있었으니 당연히 많이 깎아주겠지."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 상당수가 이렇게 믿으신다. 하지만 이제 핵심은 보유 연수가 아니라 거주 연수다. 특히 자녀 집에 얹혀 지내거나, 간병·요양으로 집을 비워둔 중장년이 생각보다 많다. 이분들이 가장 먼저 자기 주소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참고로, 집을 팔 때 적용되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2029년부터는 보유기간 공제를 없애고 거주기간에 대해서만 연 8%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종부세와는 별개 항목이지만, '거주를 묻는다'는 큰 흐름은 동일하다.
그래서 나는 사무소를 찾는 분들께 늘 이렇게 말한다. "세금은 11월에 결정되는 게 아니라 6월에 이미 끝나 있습니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의 보유·거주 현황이 기준이다. 11월 고지서를 받고 나서 움직이면 그해는 이미 늦다. 상반기가 가기 전에 주민등록상 주소와 실제 거주가 그 집에 맞춰져 있는지, 거주를 증빙할 서류를 챙겨둘 수 있는지부터 점검하는 사람과, 고지서 보고 당황하는 사람의 세금이 갈린다.
그 70대 손님께는 결국 자녀와 상의해 주소와 거주 관계부터 정리해보시라 권해드렸다. 집을 내놓는 일은 그다음이었다. "내 집이니까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안심, 이제는 거두셔야 할 때다. 다만 이 개편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 심사 단계에 올라 있어, 확정 전까지 세부 수치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비거주 공제 9억원안이 발표 한 달 만에 12억원으로 되돌아간 전례가 있는 만큼, 결정에 앞서 최종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하시길 당부드린다. 고지서 앞에서 뒤늦게 한숨짓는 분을 한 명이라도 줄이는 것, 그게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김상기 소장의 실전 조언

첫째, 올해 안에 내 집 주민등록 주소와 실제 거주지가 일치하는지부터 확인하시라. 요양·간병·자녀 동거로 주소만 옮겨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둘째, 거주는 '사실'이 아니라 '증빙'으로 인정받는다. 관리비 납부내역, 공과금 고지서, 통원·택배 기록처럼 그 집에 살았음을 뒷받침할 자료를 평소에 모아두시라.
셋째, 집을 팔지 보유할지 고민된다면 11월 고지서를 기다리지 말고 그해 6월 1일 전에 결정하시라. 종부세는 그날 이미 정해진다.
넷째, 비워둔 집을 계속 가져갈 생각이라면, 비거주 공제가 당초 9억원에서 현행 12억원으로 원복된 점을 감안하되 실거주(14억원)와의 격차와 거주 중심 세액공제 전환까지 함께 따져보시라. 숫자가 자주 바뀌는 국면인 만큼, 세무사 상담을 거쳐 처분 시점을 저울질하시길 권한다.
김상기 기자 k44931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