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의 마음과 뇌의 인문학] 왜 칭찬보다 비난의 말이 더 오래 기억되는가?

"왜 칭찬보다 비난의 말이 더 오래 기억될까" — 부정 편향이 삶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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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라임저널 김성희 칼럼니스트] 몇 해 전 기업 연수 강의를 마치고 받은 수십 장의 강의평가지에는 대부분 "열정적인 강의였다", "다시 듣고 싶다" “ 새로운 것을 잘 알게 되었다”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단 한 장에만 딱 한 줄로 "다 아는 내용이었음“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날 밤 나는 그 한 줄을 붙들고 새벽까지 강의 녹음을 다시 돌려 들었다. 수십 문구의 칭찬은 그대로 읽은 직후 보관함에 넣어 놓은 채로.

 

심리학은 이 현상을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이라 부른다. 혹시 유독 상처를 잘 받는다거나 특정한 성격 때문이 아닐까 자책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열 번 들은 칭찬보다 단 한 번 비난이 마음 깊이 새겨지는 이 경험은 누구나 경험하는 실제 현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부정편향(negativity bias)'이라 부른다. 나쁜 일이 좋은 일보다 더 강하게,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경향이다. 이것을 성격의 약점으로 여길 수만은 없다. 바로 뇌의 아주 오래된 습관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수십만 년을 살아남은 방식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달콤한 열매가 열린 나무를 잊으면 한 끼를 굶지만, 맹수가 숨어 있던 덤불을 잊으면 목숨을 잃는다. 위험을 더 선명하게 기억한 조상들이 살아남았고, 그 뇌가 우리에게 내려왔다. 뇌의 경보 장치인 편도체는 위협 신호에 특히 빠르게 반응하며, 그렇게 새겨진 기억은 다른 기억보다 쉽게 떠오른다. 강의평가지 속 "시간 낭비였음"은 내 뇌에게 덤불 속 맹수였던 셈이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연구팀은 2001년 수많은 선행 연구를 검토한 논문에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부부 관계를 수십 년간 연구한 존 가트맨은 오래 행복하게 지내는 부부일수록 갈등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말과 행동이 부정적인 것보다 다섯 배가량 많다고 보고했다. 비난 한 번은 칭찬 한 번으로 갚아지지 않는다.

 

스탠퍼드대 로라 카스텐슨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부정적 정보보다 긍정적 정보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더 잘 기억한다는 '긍정성 효과'를 꾸준히 보고해 왔다. 남은 시간이 귀하게 느껴질수록 뇌가 스스로 기쁨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는 것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 상처만 쌓인다고들 하지만, 중년의 뇌는 균형을 되찾을 힘을 이미 품고 있다. 필요한 것은 그 힘을 깨우는 연습이다.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가 제안한 '좋은 일 세 가지 적기'는 그 연습방법 중 하나다. 좋은 경험에 의도적으로 몇 초 더 머무를 때 뇌는 그 기억 쪽으로 조금 더 굵은 길을 낸다. 고백하자면 나도 처음에는 이 연습에 실패했다. 좋은 일을 적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는 부정적인 그 한 줄이 계속 재생됐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세 가지 대신 하나만, 그것도 칭찬받은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쉽고 따뜻했다." 손으로 여섯 글자를 쓰는 데 10초면 된다. 물론 그렇다고 ”다 아는 내용이었음“이라는 글귀가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일은 없으며 더구나 이렇게 나를 솔직하게 펼쳐 보일 수 있도록 바꿔 놓은 것임엔 틀림이 없다. 

 

요즘 나는 강의평가지를 받으면 칭찬 한 장을 골라 수첩에 옮겨 적는 일부터 한다. 비판은 그다음에 읽는다.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뇌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신호가 달라진다. 비난에 오래 흔들리는 당신은 나약한 게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뇌를 가진 것뿐이다. 다만 이제는 생존이 아닌 성장을 위해 뇌에게 다른 방향을 조금씩 알려줄 때다.

 

오늘 하루, 당신에게 일어난 좋은 일 하나만 먼저 떠올리며 일상을 시작해보자.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성희 칼럼니스트는 『GIM심상음악치료』 인간의 마음과 뇌, 정신 분야 임상사례집 집필진이다. 고려대학교 학사, 숙명여자대학교 석사 졸업, 박사수료 하였으며 심리상담가, 음악치료전문가, 브레인트레이너, 인문학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협성대학교 상담대학원, 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충남대학교 사회교육원, 명지대 콘서바토리 전임강사를 지냈다.현재 김성희음악치료연구소(부설 마음On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강사교육진흥원 선임연구원, 전국음악치료사협회 자격위원, 멘사코리아 교육위원, 가평교육지원청 화해중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의분야는 인문학, 상담 및 심리치료, 장애 이해와 중재, 중독예방, 갈등 및 인간관계, 스트레스 관리, 부모교육, AI 활용 및 윤리, 법정의무교육, 폭력예방교육, 성격과 기질의 이해와 활용, 리더십과 인성교육 등이다. 저서로는 『강사섭외 1순위(공저)』『명강사 시크릿(공저)』, 『21인의 음악치료사 들려주는 임상이야기(공저)』, 『정신역동 음악치료(역서)』, 논문으로는 『음악의 빠르기가 자율신경계반응에 미치는 영향』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