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진의 신체자본] 요즘 왜 이렇게 예민할까?

감정 과부하 시대, 내 몸이 먼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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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라임저널 최여진 칼럼니스트] 요즘 들어 별것 아닌 일에 욱하고, 평소라면 웃어넘겼을 말에도 마음이 걸릴 때가 있습니다. 전화벨 소리조차 귀찮고, 누군가 말을 걸면 대답부터 짧아집니다. 그러고 나면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내가 원래 이렇게 예민한 사람이었나?”

 

저도 그런 날이 있습니다. 여러 일정이 이어지면 다음 준비할 내용을 머릿속으로 계속 확인합니다. 몸은 피곤한데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니 괜찮은 척 움직입니다. 그러다 평소 같으면 웃으며 넘겼을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리면 제 몸부터 살펴봅니다. 어느새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 있고 호흡은 짧아져 있습니다. 그제야 ‘오늘 내가 많이 지쳤구나’ 하고 제 상태를 봅니다.

 

하루 동안 우리가 받아들이는 자극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메시지와 뉴스를 봅니다. 해야 할 일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머릿속에서 동시에 돌아갑니다. 몸은 한곳에 있는데 신경은 하루 종일 여러 곳을 뛰어다니는 셈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100세 운동교실에서도 사람의 몸과 표정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수업을 시작할 때 굳은 얼굴로 앉아 있던 분도 음악에 맞춰 팔을 펴고 다리를 움직이다 보면 표정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옆 사람과 눈이 마주쳐 웃기도 하고,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들어오실 때와 얼굴빛부터 달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순간을 가까이에서 자주 봅니다. 몸을 움직이는 수업이지만 제가 보는 변화는 동작의 크기나 횟수에만 있지 않습니다. 굳었던 얼굴이 풀리고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이 편안해지는 것도 반가운 변화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신체자본에는 근육과 체력 외에도 지친 몸을 살피고 다시 편안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포함됩니다. 저는 이것을 ‘몸의 잔액’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장에 잔액이 넉넉하면 작은 지출에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몸도 비슷합니다. 잘 자고, 제대로 먹고, 적당히 움직여 에너지가 채워진 날에는 웬만한 일도 한결 편하게 받아들입니다. 몸의 여유가 바닥난 날에는 평소 흘려보냈을 말 한마디가 크게 들리고 오래 마음에 남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난히 예민한 날에는 성격부터 고치려고 애쓰기보다 내 몸의 잔액을 먼저 확인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 충분히 잤는가.

제대로 먹었는가.

몸을 움직였는가.

하루 종일 어깨에 힘을 준 채 지내지는 않았는가

.

저도 이 질문을 제게 건넵니다. “왜 이렇게 예민하지?”라고 나를 몰아붙이기 전에 “오늘 내 몸이 많이 지쳤나?”라고 먼저 물어봅니다. 잠깐 쉬고, 굳은 몸을 움직이고, 호흡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나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예민함도 내 몸에 남은 여유를 알려주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자꾸 날카로워지는 날, 내 몸의 잔액도 한번 확인해 볼까요?

 

몸의 여유가 곧 감정의 여유입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최여진 칼럼니스트는한국강사교육진흥원 선임연구원이자 국제평생교육개발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프라임저널에 <최여진의 신체자본> 칼럼을 정기 연재하며, ‘명품보다 빛나는 바른 걸음과 신체자본의 가치’를 건강한 삶의 언어로 전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100세 운동교실 강사로 시니어의 건강 증진과 활력 회복을 돕고 있으며, 안전교육사이자 스포츠지도사(노인·생활·유소년)로 건강·운동·안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초·중·고교 일반 및 특수학급에서는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강의 분야는 신체 기반 건강·소통, 라인댄스, 시니어 건강체조, 운동과 바른 습관을 통한 중장년의 활력 회복이다. ‘마음 터치로 긍정 에너지를 전하는 강사’를 지향하며 사람의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는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공동저서로 『강사 섭외 1순위』, 『강사DNA』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