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라임저널 김순복 칼럼니스트] 직장 다닐 때 우리는 참 많은 ‘엑셀 시트’와 ‘보고서’를 마주했습니다. 숫자를 맞추고, 결재란을 채우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밤을 새우던 그 시간은 우리의 성실함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지표였습니다. 그래서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맞이한 분들 중 상당수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회사를 나오니 엑셀 다루던 기술이나 결재 올리던 노하우는 아무 쓸모가 없더군요.”
정말 그럴까요? 과연 당신의 30년 세월이 남긴 것이 고작 엑셀 함수 몇 개와 보고서 양식뿐일까요?
경영학과 상담학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행정 현장을 거쳐 지금은 수많은 강사를 양성하는 교육가로 살아오면서 저는 이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답합니다. 회사 다닐 때 우리를 지탱해 준 것은 기술이지만, 회사를 떠난 이후 우리를 세상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내 인생의 철학’입니다.
젊은 세대나 후배 직원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화려한 엑셀 단축키가 아닙니다. 수십 년간 수많은 위기와 갈등 속에서 어떻게 버텨냈는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얻고 조직을 이끌었는지에 대한 ‘살아있는 지혜’입니다. 기술은 시대가 변하면 금방 낡아버리지만, 사람이 몸으로 부딪히며 터득한 통찰과 철학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한 보석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세상이 중장년의 강연을 간절히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30년의 세월 속에 파묻힌 나의 철학을 어떻게 ‘강의’라는 그릇에 담아낼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첫째, ‘일의 방식’이 아닌 ‘사람을 대한 태도’를 돌아보십시오.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던 실무 기술보다,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에서 팀원들을 다독이며 끝까지 완주해 낸 그 ‘마음가짐’을 떠올려 보십시오.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조직을 통합했던 그 태도가 바로 당신만의 강력한 강의 주제가 됩니다.
둘째, 실패의 경험을 ‘지혜의 언어’로 포장하십시오.
우리는 흔히 성공담만 강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청중은 완벽한 사람의 잘난 척 보다, 깊은 시련을 겪고 그것을 돌파해 낸 사람의 진솔한 고백에 열광합니다. 당신이 겪었던 가장 뼈아픈 실패와, 그것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명품 강의안이 됩니다.
셋째, 나만의 ‘시그니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십시오.
당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문장은 무엇입니까? “끝까지 버티는 자가 이긴다”, “소통은 공감에서 시작된다”처럼, 당신의 경험이 녹아든 철학적인 문장 하나가 곧 수많은 무대를 이끌어갈 당신의 시그니처 브랜드가 됩니다.
“가천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이나 “나도 강사다” 과정 등 수많은 강연 현장에서 만나는 중장년 교육생분들이 처음에는 “제가 무슨 강의를 하겠습니까”라며 고개를 젓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일화 속에 담긴 철학을 발견하고 그것을 스토리로 풀어내는 순간, 그들은 눈빛이 반짝이는 멋진 명강사로 다시 태어납니다.
엑셀 창은 닫히지만, 당신의 인생이라는 진짜 무대의 막은 이제야 올랐습니다. 더 이상 기술이 없다고 주눅 들지 마십시오. 당신이 지나온 삶의 모든 순간이 이미 훌륭한 교과서입니다.
오늘, 당신의 가슴 속에 깊이 품어온 그 인생의 철학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마이크를 잡으십시오.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가슴에 꽂히는 순간, 당신의 제2막은 가장 빛나는 전성기가 될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순복 칼럼니스트는 20년간 강단에 선 베테랑 강사이자 '강사를 가르치는 강사'. 1,500여 명 강사 회원의 리더로 활동하며, 중장년의 인생 후반 설계를 주제로 강의와 집필을 이어오고 있다. 강의 분야는 공문서와 보고서 작성 실무, 강의 계획서와 제안서 작성법, AI 활용 업무 효율화, 보도자료 작성법, PPT 디자인, 강의 교안 기획, 성공하는 강의 운영 전략 등 강사 양성 전반과 중장년 인생 설계다. 저서로는 『벼랑 끝 활주로』, 『집중력 혁명』, 『강의 트렌드 2026』등 20여 권이 있다. 한국강사신문에서 [김순복의 올바른 공문서 작성법], 한국프라임저널에서 [김순복의 중장년 인생 설계]와 [김순복의 에고그램 마인드 솔루션]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