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속 일할 자격은 법이 아니라 내가 만든다

[한국프라임저널 김순복 칼럼니스트] 올해 3월이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주관한 '공무원 전문강사 양성과정' 특강을 줌(Zoom)으로 진행하고 며칠이 지났을 때, 낯선 번호로 개인 연락이 왔다. 그 특강에 참여했던 수강생이었다.
"강사를 하고 싶은데, 정년이 3년 남았거든요. 지금 퇴직하는 게 나을지, 정년 채우고 나서 시작하면 너무 늦는 건지… 앞으로의 진로를 상담받고 싶어서요."
줌 화면 너머로 얼굴 한 번 제대로 못 봤던 분이 용기를 내어 연락해 온 것이었다. 그 문자를 읽으면서 잠깐 멈췄다. 이 질문이 그분만의 질문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 안도하기엔 이르다.
2026년 하반기, 정년 65세 연장 입법이 국회의 최대 노동 현안으로 떠올랐다. 뉴스를 보는 중장년들 사이에서 "이제 5년을 더 일할 수 있겠다"라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나는 그 뉴스를 볼 때마다 그 문자가 생각난다.
법이 정년을 연장한다고 해서 내 자리가 저절로 연장되지는 않는다. 50대 중반을 넘기면 조직 안에서 보이지 않는 압박이 시작된다. 회의에서 발언이 줄고, 새 프로젝트 명단에서 이름이 빠지고, 점심 자리가 어색해진다. 그 수강생은 아마 그것을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년을 3년 앞두고 강사의 길을 먼저 묻고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처음에는 정년 연장이 중장년에게 그저 반가운 소식이라고만 생각했다. 강의 현장을 다니기 전까지는. 계속 고용 여부는 결국 두 가지로 결정된다는 걸 현장에서 배웠다. 내 역량이 지금도 누군가에게 필요한가. 나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법은 문을 열어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을 통과할 자격은 법이 만들어 주지 않는다.
재직 중에 이미 시작해야 한다.
나는 그 수강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퇴직하자마자 바로 현업 강사로 올인할 수 있으려면, 재직 중에 강의 역량을 쌓으며 만반의 준비를 다 갖춰야 합니다. 퇴직 후에 시작하겠다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3년이 준비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간절함의 크기가 곧 성장의 크기입니다."
강사로 전환하는 중장년들을 오래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퇴직 후 강단에 빨리 서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나이도, 경력도, 자격증도 아니었다. 재직 중에 얼마나 간절하게 준비했느냐였다. 퇴직을 D-day로 삼고 그날을 향해 역량을 쌓은 사람은 퇴직 다음 날부터 강사로 움직일 수 있었다. 반대로 "퇴직하고 나서 천천히 준비하지 뭐"라고 미뤘던 사람은 퇴직 후에도 여전히 시작을 망설였다.
'계속 일할 자격'은 오늘 만들어진다.
강의를 오래 하면서 하나를 확신하게 됐다. 계속 일할 자격은 경력 연수가 쌓아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인가가 만든다.
그 필요함은 거창한 곳에서 오지 않는다. 강의 한 편을 준비하면서 수강생의 고민을 먼저 생각하는 것, 후배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조언 한마디, 내 30년 경험을 콘텐츠 한 줄로 정리하는 습관. 이것들이 쌓여야 비로소 "저 사람은 계속 필요하다"라는 자리가 생긴다.
정년이 65세로 늘어나는 것, 물론 의미 있는 변화다. 하지만 그 5년이 나에게 실질적인 기회가 되려면 법 이전에 내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준비는 퇴직 이후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된다.
줌 화면 너머로 용기를 내어 연락해 온 그 수강생에게, 그리고 지금 비슷한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있을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간절함의 크기가 곧 성장의 크기다. 그 간절함을 지금 시작하는 것, 거기서부터 열린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순복 칼럼니스트는 20년간 강단에 선 베테랑 강사이자 '강사를 가르치는 강사'. 1,500여 명 강사 회원의 리더로 활동하며, 중장년의 인생 후반 설계를 주제로 강의와 집필을 이어오고 있다. 강의 분야는 공문서와 보고서 작성 실무, 강의 계획서와 제안서 작성법, AI 활용 업무 효율화, 보도자료 작성법, PPT 디자인, 강의 교안 기획, 성공하는 강의 운영 전략 등 강사 양성 전반과 중장년 인생 설계다. 저서로는 『벼랑 끝 활주로』, 『집중력 혁명』, 『강의 트렌드 2026』등 20여 권이 있다. 한국강사신문에서 [김순복의 올바른 공문서 작성법], 한국프라임저널에서 [김순복의 중장년 인생 설계]와 [김순복의 에고그램 마인드 솔루션]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