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네덜란드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야프 로번(Jaap Robben)의 장편소설 『여름을 건너』가 문학과지성사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퓰리처상 수상작 『올리브 키터리지』의 작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로부터 “이 소설은 어떤 의미에서 나를 구원해주었다”라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열세 살 소년 브라이언과 중증 장애를 가진 형 뤼시엔이 함께 보내게 된 잊을 수 없는 한여름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은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과 아이의 시선에 밀착한 서술로 전개된다. 엄마의 관심이 늘 뤼시엔을 향해 있어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의 낯선 시선 앞에서는 형을 다르게 상상하며 부끄러움을 이겨내려 했던 소년 브라이언의 복잡한 내면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방임에 가까운 척박한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브라이언은 점차 상처받기 쉬운 형을 지탱하는 유일한 보호자가 되어간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돌봄과 방임, 사랑과 책임, 죄책감과 성장의 경계가 어디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작품을 관통하는 ‘털가죽’의 비유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어릴 적 ‘호박벌은 요정들이 입는 털 코트’라고 상상했던 소년의 순수함은, 훗날 “넌 이미 네 형을 감싸주는 털가죽 같은 존재야”라는 위로로 치환된다. 철저히 실패한 세계 안에서도 상처투성이인 형의 맨몸을 덮어주려는 이 덥고 무거운 ‘여름의 털가죽’은 완벽하지 않은 우리가 서로에게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작은 구원의 감각을 보여준다.
한편, 저자 야프 로번은 2014년 첫 장편 『비르크』로 네덜란드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며 등장했으며, 2018년 발표한 본 작품(원제 Zomervacht)으로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전 세계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2023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이 소설은, 최근 한국일보 신간 도서(2026년 8월 5주)로도 선정되며 국내 독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로의 곁에 끝내 머물지 못했던 사람들이 어떻게든 닿으려 애쓰는 이 애틋한 분투기는 독자들에게 뜻밖의 위로와 잊지 못할 여름을 선사할 것이다.